일본 FH2R 나미에 그린수소타운 사례: 사회기술실험 관점에서
2022 The Korean Hydrogen and New Energy Society. All rights reserved.
Abstract
In this study, we examined the case of Fukushima Hydrogen Research Field (FH2R) Namie hydrogen town. We found that the case has three aspects of socio-technical experiment: a living-scale test-bed of hydrogen technologies, activities for enhancing social acceptability, and a designed module for policy transfer to diffuse. This study aims to provide a benchmark for planning a green hydrogen city in near future.
Keywords:
Hydrogen city, Namie hydrogen town, Socio-technical experiment, Energy transition키워드:
수소도시, 나미에 수소타운, 사회기술실험, 에너지 전환1. 서 론
기후 변화 위기가 고조되면서 탈탄소 사회를 위한 에너지 매체로 수소가 시도되고 있다. 수소는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 매체로서 저장 및 운반 측면에서 2차전지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에 비해 장점이 뚜렷하다. 또한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로 쉽게 변환할 수 있으므로 전력시스템과 함께 운용하는 데 적합하다1).
2000년대 초 미국을 필두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수소 에너지 육성 정책을 발표하였으나 당시에는 기술적 완성도가 다소 부족하였고, 기후 변화보다는 석유 대체 문제에 집중하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들어 전기자동차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친환경차의 선택지로서 수소연료전지자동차가 다시 주목받게 되었고, 일본의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14)과 수소기본전략(’17), 중국의 차이나 수소 이니셔티브(’17), 유럽연합의 수소로드맵(’19) 등 주요 국가들에서 수소에너지 진흥정책이 발표되었다. 한국도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05)이 발표된 지 14년 만에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19)이 마련되었다2).
각국의 로드맵에는 공통적으로 수소관련 기술의 실증을 위한 ‘수소도시’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수소 에너지 기술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기술에 비해 성숙하지 않았을 뿐더러, 사회적인 수용성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수소와 관련된 기술을 사회 속에서 실험해보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맥락에서 수소도시 전략은 사회기술실험(socio-technical experiment)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2,3). 즉, 수소 에너지를 생활 속에서 활용하기 위해 수소의 생산, 운송, 활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신기술의 도입이 필요한데, 이러한 기술들이 연구실 밖의 실제 사회에서 테스트함으로써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고 기존 인프라와 연계하는 과정을 통해 잠재적인 문제를 식별하고 적응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이 요구되며,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의 과정을 거친 이후, 장기적으로는 이를 국가 전체 범위로 확대하는 작업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중간 단계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에서 한국에서도 지난 2019년 수소 시범도시 추진 전략을 발표하는 등 수소를 적극 활용하는 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4).
본고는 각국의 수소도시 사례들 중에 수소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선도적인 사례로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정(浪江町)의 사례를 살펴본다. 나미에정 수소타운은 수소 분야의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된 여러 기술들을 실증해보는 장소다. 동시에 원자력 발전이 중심이던 지역이 재해의 피해를 본 후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그린 수소 중심의 수소도시를 구상하는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사례 분석을 위해 2절에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회기술적 실험과 수소도시에 대한 선행 연구의 논의를 검토하고, 3절에서는 본격적으로 나미에정 수소타운 사례를 보고하며, 4절과 5절에서 사회기술적 실험의 관점에서 본 사례의 의의를 논하고 시사점을 도출한다.
2. 이론 및 선행 연구 검토
2.1 사회기술시스템 전환론
특정 기술을 사용하던 사회가 다른 기술로 옮겨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오래 전부터 과학기술 역사 연구의 관심사였다. 초기에는 순수하게 기술적 우월성이 기술 선택의 동인이며, 기술의 변화가 사회의 모습을 전제하고 결정한다는 기술 결정론적 서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내 기술사학자들은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한다고 곧바로 사회가 기존 기술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며, 기술이 사회와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연관된 다양한 행위자들이 서로 얽혀있어 사회시스템 전체의 변화에 저항하는 모멘텀을 가진다고 주장하였다. 휴즈(Hughes)의 기술시스템(technological system)론을 필두로 넬슨(Nelson)과 윈터(Winter)의 기술체제(technological regime)와 같은 개념은 에너지 기술과 같은 대규모 기술시스템은 요소 기술들의 총합일 뿐 아니라 제도와 루틴과 같은 비기술적 요소들과 융합된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보았다.
최근 유럽의 에너지 전환 정책 연구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이론적 프레임워크로 사회기술시스템 전환에 대한 다층위 접근(multi-level perspective, MLP)이 있다. MLP에서는 R&D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공간을 니치(Niche)로 지칭한다. Kemp 등5)은 특정한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체제에서 더욱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체제로 이동(shift)하고 전이(transition)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임시 보호 공간’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보았다. 기술을 선택하고 기술적인 장점이 잘 드러나는 실험을 선택해 세팅하며, 기술적 실험을 사회 전체로 확대한 뒤에 기술에 대한 보호를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 기술에서 새로운 기술 중심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특정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술에 대한 여러 종류의 사회적 기대(expectations)를 연결함으로써 관련 행위자 간 협력을 끌어내며, 기술적 측면을 비롯해 시장, 생산 네트워크, 인프라와 유지관리, 문화적 요인들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6).
다층위 접근은 기술 변화의 과정, 즉 사회기술적 전이를 설명하기 위해 니치, 체제들(regimes), 사회기술적 거시경관(landscape)의 세 층위를 설정하고7), 모형의 가장 아래쪽 틈새 층위에서 생겨난 혁신적인 신기술이 여러 정책적 지원 하에 성장해가면서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기존 기술 체제의 양상을 바꿔나가는 과정으로 모형화하였다(Fig. 1)8). 이 관점은 에너지, 모빌리티 등 기술이 사회에 녹아들어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데, 수소 경제 및 사회로의 전환 과정 역시 니치에서 생겨난 여러 수소 에너지 기술들이 전략적인 정책 믹스(policy mix)의 지원을 받고 성장한 뒤, 기존 에너지 체제의 구성 요소들을 차츰 변화시켜가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 전환(energy transformation)을 달성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9). 이때 정책 믹스에는 수소 기술을 성숙시키기 위한 각종 보호 및 지원 정책뿐 아니라, 기존의 화석연료 시스템을 흔들어 약화시키는 정책들도 포함된다10).
2.2 사회기술실험: 수소도시
수소도시는 도시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를 주에너지로 활용하며 수소의 생산, 저장, 이송, 활용까지 가능한 수소생태계가 구축된 도시를 뜻한다4). 아직 실제 사회 속에서 충분히 실험되지 못한 수소 기술을 현장에서 테스트하고 광역 수준의 시스템으로 확장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며,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시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니치 기술을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적 니치 관리의 여러 방법 중에서도 제한된 범위에서 시도하는 사회기술실험(bounded socio-technical experiment)에 속한다11). 전환 실험이 성공해 시스템 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당 시스템의 구조적 요소나 인식에 대한 많은 학습이 이뤄지는 심화(deepening), 다른 맥락에서 전환실험을 반복적으로 하는 확장(broadening), 최종적으로 실험을 국가 전체로 확대(scaling-up)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12). 그중 수소도시는 특정 지역에 수소와 관련된 기술들을 실증해보는 테스트베드를 만들고, 작은 규모로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해당 지역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다른 지역의 맥락으로 확장되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수소 사회 건설을 위한 첫 단계로 전환실험을 시도하고 있으며, 수소도시를 건설해 기술 실증 테스트베드로서뿐 아니라 시민참여 거버넌스까지 시험하는 에너지 전환 실험으로 활용하고 있다13).
하지만 수소도시를 분석한 사례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수소도시를 다룬 기존 연구들은 수소도시를 개념적으로 정의하거나 추진 사례들을 나열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계획 분야 연구들은 도시의 재생에너지를 활용 문제를 다루면서 수소를 일부 언급하는 식이다14). 에너지 정책 분야 연구로는 수소 교통수단, 스마트홈, 충전소 등 요소기술을 분석하거나15,16), 수소도시 건설 기획보고서가 있다17). 이는 실제로 구축된 수소도시, 특히 그린수소 기반 도시의 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3. 사례 분석
3.1. 일본의 수소도시 추진
일본은 1차 에너지의 94%를 수입하는 국가다. 특히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이 축소되면서 에너지 자급률이 67%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32위 수준으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취약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구조 변화 및 재생에너지 생산량 증대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일정 가격에 매입하는 고정가격매입제도(FIT) 등을 도입하여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2%까지 상향되었다18).
일본은 탄소배출량을 2013년 대비 2030년 26%, 2050년까지 8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력 부문에서만 약 1.9억 톤의 탄소배출량 저감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일본은 에너지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소에 주목해 수소 부문을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2014년 제4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수소사회 달성과 관련한 목표가 처음 등장한 이후, 같은 해 ‘수소·연료전지 전략로드맵’이 발표되었으며, 2017년에는 로드맵을 발전시킨 ‘수소사회 실험을 위한 기본 전략’이 결정되어 2050년 목표 비전, 규제 개혁, 기술 개발, 인프라 정비와 같은 실행 전략들이 제안되었다. 이후 수소 부문 투자 및 성장과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결의한 2018년의 도쿄 선언문(Tokyo Statement), 2020년 발표된 ‘2050년 탄소중립에 따른 녹색성장전략’ 등을 통해 수소사회를 위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18).
적극적인 수소 정책에 힘입어 일본은 수소도시 건설을 선도하고 있다. 2009년에 후쿠오카현 이토시마시 미나카제다이와 미사키가오카 수소타운에서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에네팜(ene-farm)’을 설치한 사례는 세계 최초의 수소도시 사례로 꼽힌다. 이후 기타큐슈 지역에서도 일본제철에서 생산된 부생수소를 인근에 공급하는 기타큐슈 수소타운을 건설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HySUT과 같은 수소 유관 협회 및 단체도 설립되었다19). 하지만 후쿠오카와 기타큐슈의 수소타운은 가정용 연료전지나 수소 파이프라인과 같은 기술 실증에 목표를 두면서 도시가스를 개질한 수소나 제철소에서 생산된 부생수소를 활용하였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전환 실험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생수소는 제철이나 석유화학제품 생산 과정의 부산물이므로 이를 사회 전체로 확대하기에는 지리적 제한과 더불어 생산량의 한계가 있다20).
따라서 본고에서는 재생에너지로 그린수소를 생산, 공급,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한 후쿠시마현 나미에정의 수소타운 사례를 사례 연구 방법론을 적용해 검토한다. 나미에정 수소타운과 관련된 정보가 담겨있는 문헌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문헌조사 방법을 사용하면서 나미에정의 수소도시 사업에서 어떤 기술들이 실험되었으며, 사업 거버넌스에 참여한 중요 행위자들은 누구였는지, 사업 간 연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파악할 것이다. 이는 그린수소 수소도시의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3.2 사업의 배경과 맥락
나미에정은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서 동쪽으로 70 km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다. 동일본대지진 전에 21,434명이던 인구가 지진 이후 1,648명으로 감소할 정도로 지진과 원전 사고의 피해를 크게 입은 지역이다. 일본 정부는 피해 복구를 위해 후쿠시마 부흥재생특별조치법과 그에 근거한 중점 추진 계획을 수립하였고, 후쿠시마 지역의 신산업 분야를 진흥하기 위한 전략인 후쿠시마 이노베이션코스트 구상(福島イノベーション・コスト構想)도 제안되었다. 후쿠시마 이노베이션코스트는 재난 피해 복구를 넘어 향후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신산업을 육성하고 원자력을 대신해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및 산업화에 대한 지원 전략이다21). 이는 재해 이전까지 이 지역이 의존하였던 에너지 산업인 원자력이 남긴 상처를 재생에너지 산업화를 통해 치유하는 지역재생 사업으로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미에정 수소타운은 후쿠시마 이노베이션코스트 구상의 Fukushima Hydrogen Energy Research Field (FH2R) 프로젝트로 추진되었다. 특히 에너지 및 환경 분야의 기술 연구개발과 보급을 담당하는 연구기관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의 지원으로 여러 기업이 참여해 태양광을 이용한 수소 생산 및 공급 설비의 기술 실증을 수행하였다. FH2R은 수소를 상업적이면서 동시에 전력계통의 수요 공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에너지원으로의 활용을 최적화한 수소 활용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으로 추진되었으며, 수소 생산과 수요 예측에 맞는 공급을 최적화한 통제 시스템을 현실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위해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이용한 전해 수소를 생산하였고, 생산된 수소를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나미에정과 도쿄 등의 수소충전소로 운반해 활용하고 있다(Table 1, Fig. 2)22).
3.3 사업의 내용
약 18만 m2 면적에 태양광 패널 68,000개를 설치하여 20 MW 급 설비용량이다. 태양광 패널은 도시바(Toshiba, Tokyo, Japan)와 Infini (Osaka, Japan)가 제작하였으며, PCS는 도시바미쓰비시전기산업시스템(TMEIC, Tokyo, Japan)의 제품을 도시바에너지시스템즈&솔루션(Toshiba ESS Co., Kanagawa, Japan)에서 맡아 설치하였다22).
수소 생산에는 Asahi Kasei (Tokyo, Japan)에서 제조한 수전해 장치가 사용되었다. 아사히카세이의 알칼리수전해전지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New Energy and Industry Technology Development Organization (NEDO)의 연구·개발 지원을 받았다23). 즉, 이는 NEDO의 R&D 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의 실증사업에 해당한다. 입력전력은 10 MW, 정격전력은 6 MW로 수소 생산량은 최대 2,000 Nm3/h, 정격 운전 시 1,200 Nm3/h이며, 연간 최대 900 t의 수소를 생산한다. 단, ESS를 설비하지 않아 태양광 발전 출력을 추종해 수소를 생산할 수밖에 없고, 필요한 경우 전력 계통의 전기를 사용한다(Table 2)24).
현장에서 생산된 수소는 19.6 Mpa로 수소트레일러 12대 및 수소 수송용 카들(cardle) 15대에 저장된다. 트레일러는 한 대당 2,642 Nm3를 저장할 수 있으며, 카들에는 265.8 Nm3 저장 가능하다. 또한 유사시를 대비해 고정식 수소홀더 8대에 총 5,400 Nm3를 저장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하였다.
또한 지상에 전신주와 같은 주상(柱上)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수소를 운송하는 실증 사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내각부의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에너지 캐리어의 안정성평가연구(2014-2015)’와 NEDO의 ‘고압력 수소인프라 본격 보급 기술연구 개발사업(2018-2020)’ 등의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다. 연료전지와 수소 이용과 관련한 실증 사업을 실행하는 Brother 공업, 수소 가스 분야 관리를 담당하는 TOMOE, 안전성 평가를 맡은 요코하마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최대 1,080 m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1 MPa 미만의 저압수소를 이송할 수 있다(Fig. 3)25).
생산된 수소는 트레일러로 도쿄 등 각 지역의 수소충전소에 공급되며, 일부는 나미에정 시내에서 직접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나미에정 시내에 위치한 미치노에키나미에(道の駅なみえ) 지하에 도시바의 3.5 kW 급 수소 연료전지 H2Rex가 설치되었으며, FH2R로부터 생산된 수소 중 약 150 m3를 카들 2기 분량으로 받아 전력을 생산한다.
4. 사회기술실험으로의 수소도시
4.1 기술 실증 테스트베드로서의 수소도시
나미에정 수소타운은 니치에 머무는 기술들을 실제 사회 스케일에서 실증하는 장소다. 대표적으로 NEDO의 R&D 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들이 FH2R 사업을 통해 실증된다. 가장 핵심적인 그린 수소 생산은 아사히카세이의 알칼리수전해전지가 담당하는데, 이는 전술한대로 NEDO 연구개발사업의 성과물이다. 수소 운송에서도 트레일러나 카들을 활용한 기존 운송 방식에 추가하여 주상 파이프라인이 시도되는 것이 특기할만 하다. Brother를 포함한 세 개 대학 및 기업의 연합체로 추진된 이 실증 사업은 초기에 공업용 수소에 대해 짧은 구간에서 테스트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FH2R에서 생산된 수소를 사용처까지 배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26). 수소 사용 단계에서도 여타 수소도시에서 흔한 도시가스 개질 방식 연료전지가 아닌 순수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한다. 3.5 kW 급으로 시작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에 100 kW 급 연료전지가 도시바 공장에 설치되는 스케일 업이 이뤄졌다26).
4.2 사회적 수용성 제고
나미에정에서는 수소사회 실현을 위해 시민의 일상생활 속으로 다가가는 활동들을 적극 개진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미에 주민들의 쇼핑, 식사, 휴식, 네트워킹 장소인 미치노에키나미에 건물 지하에 설치된 수소 연료전지는 나미에 수소도시의 랜드마크로 기능하고 있다. 나미에정은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인 MIRAI를 관용차량으로 사용하는 한편, 도시 내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시민들의 수소연료전지차 이용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나미에정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에 수소연료전지가 설치된 가정에 대해서는 지역의 생활협동조합 트럭을 이용해 배송 및 배급을 진행하고 있어 지역 경제활동의 일부로 녹아들고자 하였다. 대중의 수소에너지 인지와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2021년 8월 “제1회 나미에수소축제(なみえ水素まつり)”가 개최되었으며 10월에 제2회, 2022년 4월에 제3회 행사가 미치노에키나미에에서 개최되어 수소도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였다. 축제에서는 어린이 수소 카트 체험, 수소연료전지 교실 등이 개최되었으며 특히 2회 행사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FH2R를 방문해 연구진과 만나 소통하는 행사도 열렸다27).
4.3 확장 모델로서의 수소도시
니치에서 이뤄지는 사회기술실험이 특정 지역에서 성공하면, 이후 타 지역에서 반복 재현되고 국가 전체로 확대되어 시스템 전환을 달성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미에정은 확장 모델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나미에정은 (주)스미토모 상사(Tokyo, Japan)와 함께 수소타운의 사례를 타 지역에서 채택할 수 있는 모델인 ‘나미에 모델’로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2021년 1월 나미에정과 스미토모 상사 사이에 체결된 ‘수소의 이익 활용 및 지역개발에 관한 제휴협정서’에는 수소 충전소 건설과 관련된 사업화 조사, 사업 경제성 평가, 사업 파트너와의 제휴에 대한 내용을 담겨 있다. 또한 스미토모 상사의 오픈 이노베이션 랩 사업인 MIRAI LAB PALETTE을 나미에정에 적용하여 수소와 같은 친환경분산 전원 사례를 일본 전역, 나아가 세계로 확장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28).
5. 결론과 시사점
본고는 일본 후쿠오카 나미에정의 수소타운 사례를 사회기술실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수소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점들이 남아있으며 기술개발과 인프라뿐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과제들이 선결되어야 한다. 사회기술실험은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학습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사회기술실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나미에정 수소도시는 기술 실증, 사회적 수용성 제고, 실험의 확산 모델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유의미한 사회기술실험으로 평가된다. 기술 실증 차원에서는 수전해전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과 주상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소 운송, 수소 연료전지까지 니치 기술들의 검증이 진행되었다. 특히 NEDO에서 진행하였던 R&D 사업의 결과물이 나미에정의 수소도시에서 테스트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나미에정이 기술 실증의 측면에서 모범적인 사회기술실험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수용성 제고 차원에서는 도시 내 수소 활용 설비들을 늘리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수소 에너지를 쉽게 접하고 수소에 대한 인지와 이해, 나아가 긍정적 인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들이 추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수소 에너지에 대한 인지도와 긍정적 인식이 확대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지만, 나미에 지역 정부가 수소차를 관용차로 선정하고, 주민 네트워킹 장소에 순수소 연료전지를 설치하는 등 수소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지역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는 점은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함에 있어서 지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확산 모델의 측면에서는 그린 수소를 특징으로 하는 나미에정의 수소 생산-운반-사용 시스템과 지역 동화 활동을 다른 지역에서 채택해 용이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경험을 전수하는 ‘나미에 모델’의 개발이 함께 이루어졌다. 현재 나미에정 수소타운도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 모델이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성공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추후 재차 검토할 필요가 있겠으나, 적어도 사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이후 타 지역이나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나미에정은 확장 모델이라는 측면에서도 사회기술실험의 특징에 잘 부합하는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몇몇 도시를 수소 시범도시로 선정하였는데, 이러한 점에서 현재 수소 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회기술실험이 시작 단계에 놓여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미 사업이 시작된 울산 수소도시의 경우 중화학공업품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수소를 가정용 연료전지에 보급한다는 점에서 나미에정보다는 앞서 언급한 기타큐슈나 후쿠오카 수소도시의 사례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본고에서 검토한 나미에정의 사례는 대부도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 수소 생산을 기획 중인 안산 수소도시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판단된다. 본고에서 검토한 나미에정의 사례에서 확인하였듯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이루어졌던 다양한 수소관련 R&D 사업의 결과물을 현장에서 시험해보는 기술 실증의 측면, 지역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사회적 수용성 제고, 이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 가능하도록 사업을 모듈화하고 모델화하는 작업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수소 사회로의 전환은 기술개발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적절한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수소 정책 연구 커뮤니티의 성장을 바란다. 이 연구는 외부 연구비 지원 없이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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